만성 통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매우 중요한 질환이지만, 아직까지 그 원인과 치료법이 불분명합니다. 저희 성균관대학교 뇌과학이미징연구단에서는 최첨단의 기술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 인력을 총동원하여, 만성 통증의 이해 및 혁신적인 치료법 개발의 시작이 될 새로운 연구를 시작합니다. 이 여정에 여러분도 함께해 주세요.
목차
만성 통증이란 무엇인가요?
"Attached To My Adhesion"
만성 통증을 겪는 화가 Eugenie Lee의 자신을 옭아매는 통증에 대한 그림 [Link] | Eugenie Lee 작가의 인상적인 SBS 인터뷰[Link]
만성 통증이란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의미하며, 건강한 사람이 일시적으로 느끼는 증상으로서의 통증과 구별되는 의학적 질환입니다. 대표적으로 만성 허리 통증, 섬유근육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편두통, 삼차신경통 등이 만성 통증 질환에 해당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만성 통증을 앓고 있다고 하며 (1, 2),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미국에서만 연간 700조 원으로 추산될 정도로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3).
만성 통증의 가장 큰 특징은, 외부 요인이 없이도 자발적으로 통증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 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 진단이 매우 어렵고, 치료 또한 대상이 될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근본적 처치보다는 당장의 증상 완화에 주로 의존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약물 내성 및 중독과 같은 부작용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외부적 원인이 없는 데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될까요? 최근 많은 연구자들은 통증 경험을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뇌의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이 만성 통증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만성 통증 환자분들에서 특징적인 뇌의 변화가 나타남이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으며 (4), 저희 연구진은 이 분야의 선도 연구 그룹으로서 최근 만성 통증 환자의 통증 세기를 뇌활동에 기반하여 예측하는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5).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연구들은 실제로 환자분들의 진단이나 치료에 쓰일 수 있을 정도의 유용성과 정확도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환자분들이 느끼는 통증이 모두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증은 그 정의 자체에서 주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내면의 고유한 감정이나 기억과 같은 수많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 끊임없이 영향받고 재구성됩니다. 따라서, 백 명의 환자분들이 있다면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통증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서로 다른 만성 통증 환자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찾아내는 데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에 그 정확도와 유용성에 있어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험의 목표는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저희의 목표는 임상적으로 유용한 뇌기반 만성 통증 검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통증 뇌 바이오마커 라고도 합니다. 기존의 자기보고식 통증 측정과 달리, 여러분의 뇌기능영상에 기반하여 통증의 유무 또는 세기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만들고자 합니다.
특히, 저희는 만성 통증 환자분들 개개인마다 다른 통증이 일어날 때의 뇌활동을 지속적으로 기록하여, 매우 정밀하고 개인화된 통증 바이오마커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는 여러분에게 친숙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지문인식 설정 과정과 유사합니다.
From Urbanbrush and Pixabay
우리가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때 꼭 하는 것이 지문인식 설정입니다. 처음에는 손가락의 중심에서부터 가장자리까지 이리저리 갖다대었다 떼었다 하는 과정이 수고스럽고, 귀찮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기계는 여러분의 지문의 특성을 정확하게 학습하여, 이후부터는 간단하게 손가락만 대면 여러분인지 아닌지를 신속하게 인식하고 편리하게 잠금을 해제합니다.
저희의 연구 또한 이와 같습니다. 통증을 겪는 환자분들께서 반복적으로 실험실에 방문하셔서 뇌 활동을 기록하는 과정은 짧고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마치 스마트폰이 여러분의 지문을 학습하듯, 바이오마커 또한 여러분이 통증을 느낄 때의 뇌 활동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통해 여러분의 개인적인 통증을 더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저희의 이러한 통증 바이오마커 연구는 주로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기존 통증 연구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며, 환자분들 개개인의 고유하고 복합적인 통증 경험을 최대한 잘 이해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만성 통증 환자분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통증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6). 다른 사람은 이 통증을 알 수 없다는 사실, 이는 환자분들에게 있어 두 번째 아픔이 됩니다. 저희 연구를 통해, 환자분들께서 보이지 않는 자신의 통증을 눈으로 보고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한, 통증 바이오마커를 통해 환자분들 스스로 자신의 통증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주도적으로 통증을 관리함으로써, 전반적 기능의 향상에 저희 연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험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From Flaticon
동의서 작성을 포함한 참가 신청 및 실험에 안전하게 참가하실 수 있는지에 관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하고, 실험 참여에 적합한 참가자분들에 한해 약 4~5개월의 기간 동안 약 1주에 2~3회, 총 30회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뇌과학이미징연구단에 방문하시어 연구에 참여하시게 됩니다. 방문하실 때마다 약 1시간 30분의 뇌영상 촬영 및 약 30분의 통증 관련 설문이 진행될 예정이며, 방문하시지 않는 날에는 온라인으로 당일의 통증에 관한 설문 또한 진행될 것입니다. 뇌 영상 촬영 시에는 위 그림에 소개된 것과 같은 과제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모든 실험은 참가자분들의 동의 하에 진행하며, 철저하게 안전한 범위 내에서만 진행됩니다. 실험 도중 불편감이 느껴지신다면 언제든 실험 중단 의사를 밝히실 수 있으며, 이 경우 즉시 실험이 종료됩니다.
- 참고: 본 연구는 30회의 촬영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실험입니다. 참가자께서 30회의 촬영을 모두 완료하지 못할 경우 이전까지의 실험 데이터 또한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점 유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험은 안전한가요?
성균관대학교 뇌과학이미징연구단 MRI실
본 실험에서 뇌영상 촬영은 자기공명영상 (MRI) 장치를 통해 이뤄집니다. MRI는 기본적으로 자석을 이용해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X-Ray나 CT와 달리 방사능을 방출하지 않아 매우 안전합니다. 아직까지 MRI 촬영에 따른 유의미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가 없으며, 미국 보건복지부 FDA에서도 2003년 MRI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했습니다. 본 실험에 사용될 성균관대학교 뇌과학이미징연구단 3T MRI는 국제안전규격의 테스트 및 승인을 받은 장비로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본 실험은 참가자 분들을 총 30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뇌 MRI 촬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반복 MRI 촬영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참가자의 건강 상 문제가 보고된 바가 전혀 없습니다. 본 실험의 연구책임자 우충완 교수 또한 2019년부터 본인이 직접 참가자가 되어 총 50회, 약 100시간 가량의 뇌 MRI를 촬영했으며 일체의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안전하게 실험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본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연구입니다. (IRB 번호: 2021-08-013)
실험 참여 시 어떤 혜택이 있나요?
본 실험을 통해 참가자 분들은 뇌영상 및 뇌바이오마커에 기반하여 자신의 통증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한 통증 조절 과제를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통증을 관리하는 기법을 학습하실 수 있습니다.
본 실험을 통해 개발하려는 통증 뇌 바이오마커는 과학, 의료, 사회 전반에 걸쳐 매우 큰 중요성을 갖는 발견으로써, 참가자 분들은 단기적으로는 만성 통증의 이해와 치료에 공헌하실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통증 의료 신기술 개발 및 사회적 인식 제고에 기여하실 수 있게 됩니다.
본 실험을 참가하시게 될 경우 매 회마다 소정의 참가비가 지급됩니다. 참가비 관련 자세한 사항은 참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 한하여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어떻게 참여하나요?
본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연구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을 경험하고 계신 대한민국 국적의 성인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 중입니다. 특히, 현재 (2022년 2월) 기준 만성 통증 질환 중 섬유근육통 을 진단받으신 분들을 우선적으로 연구 대상으로 하며, 차년도의 연구 진행에 따라 다른 만성 통증 질환 (만성 허리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편두통, 삼차신경통)으로도 확장될 예정입니다. 만성 통증 환자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에 참가를 원하시는 경우 다음 링크(Link)를 클릭하신 후 간단한 신청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이후 참가에 동의하신 분들에 한해 저희가 개별적으로 실험 참여에 대한 안내를 드릴 예정입니다.
본 연구를 후원하시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다음의 이메일(cocoan.paintherapy@gmail.com)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구진 뿐만이 아니라 환자분, 환자분들의 가족, 그리고 시민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서로를 신뢰하며 새로운 통증 뇌과학의 지평을 열어가는 이 여정에, 여러분께서 곁이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문헌
참조 1. Cho et al., “The Trend of Prevalence of Pain in Korea from 2005 to 2016”, Korean J Pain
참조 2. Dahlhamer et al., “Prevalence of Chronic Pain and High-Impact Chronic Pain Among Adults — United States, 2016”, MMWR Morb. Mortal. Wkly. Rep.
참조 3. Gaskin and Richard, “The Economic Costs of Pain in the United States”, The Journal of Pain
참조 4. Apkarian et al., “Towards a theory of chronic pain”, Prog. Neurobiol
참조 5. Lee et al., “A neuroimaging biomarker for sustained experimental and clinical pain”, Nat. Med.
참조 6. Toye et al., “A mega-ethnography of eleven qualitative evidence syntheses exploring the experience of living with chronic non-malignant pain”, BMC Med Res Methodol